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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불편한 건 참는거야."

그래서 AI는 출발점이 아니라 증폭기에 가깝다.

"불편한 건 참는 거야." 징징거리는 나은이에게 아내가 한 말이다.

'불편한 걸 왜 참아. 불편한 건 해결해야지.' 그런데 나는 불편한 건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AI 활용의 핵심은 결국 필요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먼저 무엇을 시킬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내 경험은 반대에 가깝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가 먼저다. 필요가 없으면 AI는 잠깐 신기한 도구로 끝난다.

필요는 어떻게 생길까.

사람은 다양한 환경에 놓이고 그 안에서 여러 경험을 한다. 하지만 같은 환경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욕구나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사람은 작은 어긋남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견디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나는 불편함을 느끼는 예민함과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선천적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의지만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변수는 아닌 것 같다.

AI가 내가 미처 몰랐던 필요까지 발견해 준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AI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그 말은 결국 나의 사고와 인지 능력,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과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받아들일 수 없고, 알아보지 못하면 사용할 수도 없다.

즉, AI가 내놓은 좋은 답은 내가 알아볼 수 있을 때만 좋은 답이다.

그렇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라는 렌즈 자체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대신 그 렌즈가 통과할 환경은 바꿀 수 있다. 서로 다른 산업과 조직, 사람과 역할, 익숙하지 않은 제약 속에 나를 놓을 수 있다. 더 많은 현실이 나라는 렌즈를 통과할수록 불편함을 느끼고 필요를 발견할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많은 환경을 구경하는 것과 그 안에서 직접 부딪히는 것은 다르다. 필요는 멀리서 관찰할 때보다 내가 그 불편함을 직접 감당할 때 더 선명해진다.

다양한 환경 ↓ 경험의 인풋 ↓ 나라는 렌즈 ↓ 불편함의 감지 ↓ 필요의 발견 ↓ 해결하려는 실행 <- AI ↓ 결과

필요가 생기면 사람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AI는 바로 그 실행의 단계에 닿는다. 생각을 정리하고, 분석하고, 만들고, 반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준다. 필요를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서 결과까지의 거리를 줄여 준다.

그래서 AI는 출발점이 아니라 증폭기에 가깝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과 문제의식, 해결하려는 열망을 실행으로 빠르게 옮겨 준다.

AI 시대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새로운 프롬프트를 하나 더 배우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를 더 다양한 현실 속에 놓는 것. 나라는 렌즈가 통과할 세계를 늘리는 것.

앞으로는 AI에게 무엇을 시킬 수 있을지를 묻기 전에, 지금 나는 어떤 환경에 나를 놓고 있는지를 더 자주 물어보려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사업하면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아내의 말에 든 생각. 아내 같은 사람에게도 불편한 걸 찾아 사업하면 되겠다.